세족례가 교회에서 하나의 성례로 성립되는 근거 중에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화중에 나타난 ‘상관’이란 단어 때문입니다.

(13:8) 베드로가 가로되 내 발을 절대로 씻기지 못하시리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

 

여기서 ‘상관’이라는 헬라어 단어는 ‘메로스’(μέρος)로써 ‘부분’ ‘조각’ ‘몫’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상관을 맺는다’는 뜻은 예수께서 주시는 ‘몫을 받는다’ 또는 ‘분깃을 받는다’는 상속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다’는 선언은 천국의 기업, 천국의 몫을 ‘상속받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그 말씀이 이렇게 엄중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태도가 정반대로 돌변합니다. 조금 전까지 ‘절대로 발을 씻기지 못한다’고 거절하더니 이제는 ‘목욕까지 시켜달라’고 요청합니다. 이렇게 태도가 바뀐 이유가 예수님의 말씀이 구원과 관련된 엄중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13:10-11) 예수께서 가라사대 이미 목욕한 자는 발밖에 씻을 필요가 없느니라 온 몸이 깨끗하니라 너희가 깨끗하나 다는 아니니라 하시니 이는 자기를 팔 자가 누구인지 아심이라 그러므로 다는 깨끗지 아니하다 하시니라

 

또 다른 근거는 예수님이 베드로의 거절에 대해 답변하시는 내용 가운데 들어있습니다. ‘이미 목욕한 자는 발밖에 씻을 필요가 없다’는 말씀에서 ‘목욕하는 것’은 무엇이며 ‘발씻는 것’은 무엇일까요? 주석가들은 ‘목욕하는 것’이란 ‘물세례’를 가리킨다고 대체로 일치된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발 씻는 것’은 분명 ‘세족’을 가리킵니다. 주목할 점은 목욕하는 것이 발씻는 것과 병행하여 서술된 점입니다. 그런데 병렬 관계는 곧 성례와 성례의 관계여야 그러한 서술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예수님이 물세례가 하나의 성례인 것처럼 세족례도 하나의 성례라는 것을 전제로 말씀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 세 번째 근거는 요 13:15에서 예수님이 ‘내가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하여 본을 보였노라’고 말씀하신 점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긴 행위가 제자들도 장차 실천해야 하는 일이라고 밝히십니다. 예수님이 먼저 본을 보이신 것처럼 제자들은 장래에 발씻기는 일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위와 같은 여러 가지 근거로 최후 만찬이 있던 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행하신 사건은 일회적이 아니라 바로 오늘날 교회가 마땅히 성례로 수용해야 하는 것임을 반영합니다. 본회에서는 예수님이 세우신대로 세족례를 성례로 시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