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해가 시작될 때 우리는 늘 다짐합니다. 더 잘 가르치고, 더 열심히 배우며, 더 성숙해지겠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청주교회의 교회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서로의 발을 씻겨 주는 세족식으로 조금 다른 방식의 시작을 합니다. 바로 ‘낮아짐’으로 한 해를 여는 것입니다.

이 행사는 단순한 행사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던 그 마음을 오늘 우리의 교회교육 현장에 옮겨 놓는 시간입니다.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구분이 잠시 사라지고, 교사는 학생 앞에 무릎을 꿇으며, 학생은 교사 앞에 조심스럽게 발을 내어놓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깨닫습니다. 교육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서로를 섬기는 관계 위에서 세워진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기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

(요한복음 13:14-15)

아동부의 작은 손이 선생님의 발을 닦아 줄 때, 학생부의 청소년이 교사의 발을 씻겨 줄 때, 대학부 청년이 교사와 학생들의 발을 씻기며 기도할 때, 교회 안에는 묘한 긴장과 감동이 함께 흐릅니다. 평소에는 장난기 많던 아이도, 표현에 서툴던 학생도 이 시간만큼은 진지해집니다. 누군가의 발을 씻기는 일은 생각보다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것은 “나는 너를 존중한다”는 고백이자, “나는 너를 위해 낮아지겠다”는 결단이기 때문입니다.

교사들에게도 이 시간은 도전입니다. 우리는 가르치는 위치에 서 있지만, 사실은 아이들을 통해 더 많이 배우는 사람들입니다. 인내를 배우고, 순수함을 배우며, 솔직함을 배웁니다. 세족식은 그 사실을 다시 되새기는 자리입니다. “내가 너를 섬기겠다”는 다짐은 동시에 “나도 배움의 자리로 내려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에게도 이 경험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누군가를 섬겨 본 기억, 그리고 나 역시 섬김을 받아 본 기억은 관계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경쟁과 비교가 익숙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먼저 섬기는 법을 가르칩니다. 성적보다 태도가, 능력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우게 합니다.

 

청주교회는 해마다 이 세족식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섬김은 한 번의 감동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쉽게 높아지려 하고, 쉽게 판단하며, 쉽게 자기중심적으로 돌아섭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다시 무릎을 꿇습니다. 다시 손에 물을 붓고, 다시 발을 씻깁니다. 낮아짐을 연습하지 않으면 공동체는 금세 메말라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교회교육의 방향은 분명합니다. 더 크고 화려한 행사를 추구하기보다 더 깊은 사랑을 선택합니다. 결과보다 더 진실한 관계를 소중히 여깁니다. 세족식은 바로 그 고백이 담긴 시간입니다.

올해도 우리는 서로의 발을 씻기며 고백합니다.

“나는 너를 섬기겠습니다.”

“나는 너를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우리는 함께 자라가겠습니다.”

겸손의 자리에서 시작한 한 해가 결국 가장 높은 가치인 사랑으로 하나님 앞에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를 소망합니다.

 

글작성 : 박은우 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