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3년간 공부를 하며 취직을 준비했습니다. 그 시간들이 달콤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께서 저를 붙잡고 연단하신 귀한 시간이었기에 글을 통해 그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대학교 4학년에 취직준비의 시작과 동시에 큰 사건을 맞이하게 됩니다. 아버지께서 암으로 돌아가신 일입니다. 그때 제 마음이 어땠는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저에게 아버지는 큰 숙제였기 때문입니다. 가정을 소홀히 하고 빚을 안겨주었던 아버지가 야속하고 미웠지만 나의 아버지이기에 실패를 거듭하는 아버지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랬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세례를 받고 하나님을 찬양하며 떠나가시자 오랜 시간의 숙제가 끝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더 큰 문제들이 저희 가정을 흔들었습니다. 아버지가 떠나고 엄마는 홀로 가장으로서의 부담감과 외로움 속에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그런 엄마를 바라보고 위로해드렸다면 참 좋았겠지만 당시에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미 제 마음속에 누군가를 위로할 여유가 없었고 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하루 빨리 취직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공부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은 정말 괴로웠습니다.
서서히 저의 마음에 하나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생겨났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 따지며 직접 원망하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에게 이런 어려움을 주신 하나님께 무릎 꿇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 저를 붙들어주신 하나님의 첫 방법은 낙방이었습니다. 자격증 실기 시험이었는데 똑같은 시험을 연달아 3번을 떨어뜨리셨습니다. 몰론 공부를 완벽하게 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시험을 거듭하면서 책 어떤 문제를 봐도 문제를 다 읽기 전에 풀이와 답까지 기억이 날 정도로 공부했었기에 60점만 넘으면 되는 그 시험에 떨어진다는 것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죽했으면 채점에 문제가 있는지 검토해달라는 이의신청을 남기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결과는 변함이 없었지만요. 저는 그제서야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실패 속에 하나님의 뜻이 있지 않을까? 거의 반 년 만에 저는 스스로 하나님께 나아가 무릎을 꿇었습니다. 스스로를 의지하였던 나의 미련과 교만을 자복하고 회개하였을 때 마음속에 감사가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붙잡으신 그 사랑을 생각할 수 있었고 하나님의 백성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허락하심을 통해 살아감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깨달음과 감사를 통해 다시 하나님을 가까이 하고 기쁜 마음으로 사역을 감당하였다면 좋았겠지만 여전히 저의 마음속에는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현실적인 공부량을 생각했고 조금이라도 쉬고 싶은 마음과 하나님께서 내게 맡기신 사역들 사이에서의 갈등이었습니다. ‘그래! 내가 하나님을 믿지만 지금 내 할 일도 중요하니까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공부하던 그때에 수험생이라면 더없이 허무한 일이 일어났는데, 제가 준비하던 시험을 없애버리신 것입니다.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시험을 일단 연기한다더니 결국 시험은 없어지고 7개월의 공백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통하여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열심히 준비한다한들 하나님께서 허락하셔야 시험을 볼 수 있는 것이구나! 크신 하나님이 내 곁에 계신데 현실을 바라보고 타협하는 저를 돌아보게 하시기 위하여 저를 다시 한 번 붙잡으셨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것을 더욱 실감하게 된 것은 그렇게 깨달음을 얻고 나서 얼마 후에 집사님께 한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교사 사역을 같이 할 수 있겠냐는 연락이었습니다. 제가 어떤 말로 집사님께 대답을 하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기쁨과 감사가 넘치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렇게 교사 사역을 하며 공부한 2021년 하반기에 저는 드디어 시험에 합격하게 됩니다.
3년의 시간은 그 당시 저에게 참 길었고 지금 생각해봐도 결코 짧은 기간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두 달정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 3년이 제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인의 사회생활은 시험 끝에 이어지는 시험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공부하면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쩔 수 없는 상황 앞에 타협하지 않는 것. 세상이 말하는 방법과 가치에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을 우선에 두는 것을 3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훈련시키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시간을 3년의 은혜라고 생각을 합니다. 깐시에주!
사실 처음에는 조금 망설여졌지만 글을 쓰면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끝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취업준비를 하시는 분들, 사회생활을 하며 영적 전쟁을 하시는 분들을 위해 기도하며 하나님 안에 굳건히 세워져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